[유래] 며느리고개

홍천방송 승인 2022.12.01 09:27 | 최종 수정 2022.12.02 23:16 의견 0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는 홍천이다. 그래서 산에 고개도 많다. 홍천군 홍천읍 상오안리에서 남면으로 넘어가는 길에 위치한 고개가 며느리고개다.

홍천읍에서 서남쪽으로 뻗은 국도를 따라 12km쯤 가면「며느리고개」가 있다. 고개마다 다 사연이 있다. 홍천의 삼마치 고개와 함께 유명한 고개다. 이 고개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1872년지방지도』에 월천동과 상오안리 사이에 며느리고개 일명 부치(婦峙)가 기록되어 있다.

옛날 어느 해 봄날이었다. 영(嶺) 넘어 외토라진 고갯길을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나귀 등에 짐을 싣고 걷고 있었다. 사돈집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수목이 울창하고 그 밑에 성황당이 자리잡은 산무르턱에 이르렀을 때였다.

시아버지는 나귀 등에 얹었던 짚신 꾸러미가 없어진 것을 보고 며느리에게 “아가야, 짚신을 잃어 버렸으니 내가 찾아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하고 나귀를 돌려세워 가지고 고개를 되돌아 내려왔다. 그러나 짚신은 없었다.

시아버지는 이상한 예감이 들어 부랴부랴 며느리가 기다리는 곳으로 되돌아 왔다. 되돌아 온 시아버지는 깜짝 놀랐다. 기다리고 있어야 할 며느리가 없었다.
시아버지는 해 저문 골짜기를 향해 “아가야, 아가야”하고 목이 터져라 부르며 산길을 헤맸다. 아무리 불러도 시아버지의 애절한 목소리만 산울림이 되어 돌아올 뿐 어둠이 깔린 고개는 조용하기만 했다.

간간이 짐승들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며느리 목소리가 아닌가 하고 귀를 기울였으나 허사였다. 시아버지는 발길을 돌리려고 나귀 고삐를 잡아 당겼으나 이상하게도 나귀 발굽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당겨도 떨어지지 않아 할 수 없이 나귀를 뒤에 두고 고갯길을 넘어왔다. 그 후 며느리는 산도적에게 잡혀갔다기도 하고 맹수에게 잡혀 먹혔다고도 하는 말만 전해질 뿐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부터 이 고개를「며느리 고개」라 불렀다 한다. 언제부터인가 혼사를 치르러 가는 행렬이 이 고개 마루턱에 이르면 나귀 발굽이 떨어지지 않거나 며느리가 갑자기 사라진다고 전해 온다. 이런 연유 때문에 사람들은 가까운 거리인데도 이 고개를 넘지 않고 60리 길을 돌아 다닌다고한다.

며느리고개가 시작되는 초입이다.

왼쪽에 가늘게 보이는 고개가 며느리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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